회사를 다닐 때부터 나는 현물/선물 또는 거래소 간 선물/선물 델타중립 전략을 종종 사용했다.
방향성을 맞추는 능력은 없다고 생각했다.
비트코인이 오를지 내릴지 맞추는 것보다 시장의 구조적인 틈을 찾는 것이 내 성향에 맞았다.
문제는 실행이었다.
어떤 코인을 선택할지, 어느 거래소에서 포지션을 잡을지, 펀딩비는 어떤지, OI는 충분한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다. 포지션을 잡는 것 자체보다 찾는 과정이 더 힘들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했고 스트레스도 컸다.
퇴사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Codex를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거래소별 펀딩비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OI를 확인하고, 내가 가진 포지션이 OI에서 차지하는 비중까지 계산하도록 만들었다. Telegram 알림도 붙였다.
그동안 손으로 하던 일을 자동화하니 정말 쾌적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거래소를 돌아다니며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실제 운용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APR 기준으로 17% 정도가 나왔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 시드로도 먹고 사는 데 큰 문제는 없겠는데?"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가 눈앞에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ADL이 터졌다.
SAHARA 숏 포지션이 Auto Deleveraging으로 강제 종료되었다.
문제는 내가 델타중립 상태였다는 점이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이익 상태의 숏 포지션이 강제 종료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헤지가 사라진 것이었다.
이미 가격은 크게 하락한 상태였고, 나는 현물 포지션까지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손실 규모는 지난 40일 동안 벌어들인 수익보다 훨씬 컸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펀딩비, OI, 청산가만 보고 있었다.
ADL은 사실상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청산은 이해할 수 있다.
청산가는 숫자로 보인다.
증거금을 더 넣거나 레버리지를 줄이면 대응할 수 있다.
내가 통제 가능한 영역이다.
하지만 ADL은 다르다.
발생할지 안 할지도 모른다.
언제 발생할지도 모른다.
증거금을 넣는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심지어 델타중립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올라가도 걱정이고, 가격이 내려가도 걱정이다.
가격이 오르면 청산을 걱정해야 한다.
가격이 내리면 ADL을 걱정해야 한다.
예전에는 가격 하락이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청산가 걱정을 안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숏 수익이 커지면 ADL 신호등을 확인해야 된다.
최근에는 SKYAI 포지션을 운영하면서 ADL 신호등을 보기 시작했다.
조금만 규모가 커져도 신호등 3칸, 4칸은 금방 나온다.
그 순간부터는 펀딩비보다 ADL이 더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나는 원래 무조건 높은 수익을 원했던 사람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투자도 원하지 않는다.
내가 원했던 것은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내가 통제할 수 있고, 리스크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래서 방향성 투자를 포기하고 델타중립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 이후 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나는 지금도 펀딩비를 확인하는 것이 싫지 않다.
OI를 확인하는 것도 괜찮다.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ADL 신호등을 보면서 조마조마한 삶을 계속 살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한 달 전만 해도 연 20%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연 15%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펀딩 알트코인을 제외하면 수익률은 낮아질 것이고, 포함하면 ADL 리스크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요즘 계속 고민하고 있다.
내가 찾은 것은 정말 구조적인 틈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보지 못했던 리스크를 뒤늦게 발견한 것뿐일까?
아직 답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번 ADL 사건 이후로 나는 더 이상 펀딩비와 OI만 보는 투자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앞으로 어떤 전략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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